곧 겨울이 다가온다.
대만도 날씨가 제법 서늘해진 것을 느낀다.
1년 중 9개월 이상이 여름 날씨에 한국보다 훨씬 습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곳이라 어느새 피부 보습에 소홀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습한 곳이라고 내 피부까지 덜 건조해질 거란 것은 착각이었다.
오히려 땀이 나서 체감하지 못하는 동안 피부가 속 건조로 와서 탄력을 잃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여름에도 바디로션과 핸드크림을 꼭 챙겨 바르고 있다.
이번에도 선물로 왕창 받은 핸드크림을 다 쓰고 새로 하나 사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고 양 많은 핸드크림을 발견하였다.

小三美日(샤오산 메이르)는 대만의 Watsons(왓슨스), 康是美(캉스메이)와 함께 유명한 코스메틱 잡화 전문점인데 주고 일본 코스메틱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동안 워낙 한국 붐과 K-뷰티 바람으로 한국산 코스메틱을 대거 들여와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불과 3년 전에도 찾기 힘들었던 질 좋은 한국 화장품과 바디용품들을 굉장히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아니나 다를까 小三美日(샤오산 메이르)에서 아침 11월 11일 전후를 기점으로 할인행사를 진행 중인데 강렬한 붉은 장미 디자인의 핸드크림이 눈에 띄어 클릭하고 들어갔더니 역시나 익숙한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제품 이름은 퓨어마인드 보테니컬 핸드크림이었고, 종류는 5가지(로즈, 캐모마일, 체리블라썸, 릴리 콜라겐, 아카시아)가 있었다.
단기적인 할인 행사 제품이라는 걸 알지만 1개당 50g의 적지 않은 양에 가격이 NT39원(약 1,500원)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1분도 고민하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향을 장바구니에 2개 담았다.

이 제품은 미라 화장품에서 제조하여 VAH라는 회사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주로 아시아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화장품이 많았다.
나에게는 낯선 브랜드였지만 대만에서는 질 좋고 가성비까지 괜찮은 한국산 새 브랜드를 누가 먼저 찾아서 파느냐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예를 들면 '은율'이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마스크팩은 가격도 오히려 대만 제품보다 싸면서 품질은 최고였다.
나뿐 아니라 대만 사람들의 평가도 굉장히 좋은 편이라 의외로 가성비 최고의 한국산 제품들이 많다.
이 제품도 그중 하나로 완전 가성비 템이다.
이 제품은 아직 小三美日(샤오산 메이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요즘 대만에 있는 한국 제품들의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한국 제품이 대만에서는이제 일상 대중화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내용이고 포장이고 현지화도 필요 없이 그대로 물건을 가져와 겉에 필수기재 사항만 조그마한 스티커로 구석에 붙여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산이라는 걸 팍팍 티 내려고 한국어를 가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느껴진다.
식품류, 화장품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그렇다.
이 핸드크림도 한국에서 판매되는 디자인과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포장지에 필수로 기재해야 하는 내용만 작게 붙어 있었다.
심지어 小三美日(샤오산 메이르)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품 상세 페이지 조차도 모두 한국어였다.
중국어로 표기된 부분은 단 한 부분, 종류별 이름(玫瑰 장미)뿐이었다.

나는 너무나 편리했지만 아무리 한국어를 공부했더라도 대만 사람들이 저 한국어 소개를 알아볼 턱이 없을 것이다.
그저 개인 취향에 따른 꽃 향기로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구매한다는 건 신기할 따름이다.
참고로 저 제품 소개 페이지에서 장미 핸드크림 기능으로 풍부한 보습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핸드크림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보니 역시나 50g이라 약간 묵직함이 느껴진다.
디자인은 포장지와 똑같이 생겼고, 뒷면의 설명도 똑같다.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23년 02월 11일까지였다.


핸드크림을 개봉하고 손등에 살짝 발라 보았다.
손을 문지르자 마자 역시나 장미향이 확 풍겨졌고, 발림은 역시 여느 핸드크림과 같이 날림 없이 약간 무겁게 발렸다.
바른 후의 끈적임은 없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장미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있다.
생각보다 저렴하고 좋아서 다른 향도 같이 한꺼번에 주문해 볼 걸 조금 후회했다.
그래서 다른 향도 지금 할인할 때 빨리 주문해보려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휴대하기 좀 더 편하게 다른 핸드크림처럼 30g짜리로도 판매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이 가격(NT39원)에 심지어 양이 50g이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겠다.
올 겨울 내 손을 지켜줄 핸드크림으로 아주 요긴하게 쓸 것 같다.

'쇼핑 리뷰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에서 구입한 한국산 메트로놈 Parksons DM8LT (0) | 2020.10.31 |
---|
댓글